백제시대 공예의 정수로 평가받는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가 국보로 지정됐다.

익산시는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가 문화재청으로부터 국가지정문화재(국보)로 지정 고시됐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2009년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사업 중 발견된 사리장엄은 장기간의 보존처리 및 학술조사를 거쳐 2018년 보물로 지정됐다.

현재는 국립익산박물관 대표유물로 전시되고 있으며, 발견된 지 14년 만에 국보로 승격됐다.

사리장엄구는 익산 미륵사지 서탑 심주석(탑 구조의 중심을 이루는 기둥)의 사리공(불탑 안에 사리를 넣을 크기로 뚫은 구멍)에서 나온 9천 900여 점의 유물이다.

이번에 지정된 국보는 639년(백제 무왕 40년) 절대연대를 기록한 금제 사리봉영기, 금동사리외호, 금제 사리내호, 각종 구슬과 공양품을 담았던 청동합 등 총 9점으로 구성돼 있다.

금제 사리봉영기에는 백제 왕후[좌평 사택적덕의 딸)가 재물을 시주해 가람을 세우고 기해년(己亥年, 639)에 사리를 봉안해 왕실의 안녕을 기원한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삼국유사 ‘무왕조’에 전하는 미륵사 창건설화를 구체화해 미륵사지 석탑 조성 연대 및 주체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밝히고 있다.

사리내·외호는 그릇 표면의 연판문과 당초문 등이 생동감 넘치게 표현됐으며, 몸체의 허리 부분을 돌려 여닫는 독창적인 구조로 기형(器形)의 안정성과 함께 세련된 멋이 한껏 돋보인다.
 
6점의 청동합 중 하나에는 ‘상부달솔목근’이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어 시주자의 신분 및 공양품의 품목까지 알 수 있어 사료적 가치 크다는 평가다.

각종 공양물 넣어 봉안된 청동합들은 우리나라 유기 제작 역사의 기원을 밝혀 줄 중요한 자료이다.

특히 봉안 당시 모습 그대로 발굴되면서 고대 동아시아 사리장엄 연구에 있어 절대적 기준이 된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당대 최고급 재료 및 기술력이 응집되어 탁월한 예술품으로 승화되어 한국공예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유물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7세기 전반 백제 금속공예 기술 및 동아시아 사리공예품의 대외교류를 밝혀 주는 자료로써 역사·학술·예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헌율 시장은 “사리장엄구 국보 승격으로 백제왕도 익산의 위상이 재조명되고 있다”며 “소중한 문화유산을 후대에 전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익산 왕궁리유적과 미륵사지), 국립익산박물관, 백제왕궁박물관, 세계유산탐방거점센터 등을 기반으로 국내 대표 체류형 역사문화관광도시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강영운 기자 hjgg200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