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도 큰 영향이 없다고 주장해 온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이 약 7년만에 '코너'에 몰렸다.

하림그룹 계열 농업회사법인인 '에이치비씨' 직영 농가에서 AI의심신고가 접수된 영향이다.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닭고기 관련 사업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하림에게는 적지않은 타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통상적으로 한 기업이 운영하는 농가는 주변의 같은 소속 농가들과 사료를 공유하거나 왕래하는 일이 잦은 만큼 업계에서는 사태 확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 계열 법인인 에이치비씨의 한 농가에서 AI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이 농장은 산란계를 기르는 곳으로 '닭고기'로 사용되는 육계를 산란하고 부화, 사육하는 등의 기능을 맡고 있다.

닭고기로 사용하는 종계를 길러 각 일반 농가로 보내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AI가 이미 퍼졌을지 정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아직 확진 판정을 받지는 않았지만 최근 이뤄진 AI의심신고의 대부분이 사실로 맞아 떨어진 만큼 사측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오는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방역당국에서도 해당 농가에서 키우던 육계용 종계 6만5000마리를 살처분 했다.

기존 하림은 AI가 발생한 대부분의 농가가 소규모 형태로 이뤄져 제대로 관리가 안돼 비교적 쉽게 AI에 감염된 것으로 봐왔다.

이에 하림 측은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하림그룹 산하 계열 농가의 경우 타 농가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이번 AI의심신고로인해 하림 역시 AI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례로 2010년 12월에도 하림이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었던 농가에서 AI가 발생한적이 있었다.

국내 육계가공업계 1위 업체인 하림이 뚫린 만큼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북 익산에는 하림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농장 이외에도 위탁 계약 형태로 운영되는 농장들이 다수 위치해 있다.

또 육계사업을 영위하는 하림의 본사가 위치한 곳이어서 타 지역 대비 방역 체계가 잘 갖춰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내 최대규모의 육가공공장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하림에서 생산되는 닭고기 중 상당수는 익산에서 제품화된다.

기존 전북지역은 'AI청정지역'으로 불리며 AI 발생이 최소화돼 왔다. 하지만 최근 소강상태를 보여왔던 AI가 본격적인 철새 북상 시기를 앞두고 발생해 우려가 커졌다.

특히 이번에 AI가 발생한 하림 계열 농장은 주변 방역대에 448농가, 닭·오리 등 400만7000마리를 대량으로 사육하고 있다. 주변 농가간의 왕래가 잦았다면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림 관계자는 "AI가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계열 농장에서 의심사례가 발생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