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오후에 포항에서 진도 5.4의 지진이 발생하였다. 작년 경주의 지진보다 진도는 약하지만 지진의 진원지가 지표면에서 가까워 체감하는 진동의 정도는 훨씬 강했다.

어느 지질학자가 설명하는 것을 들으니 한반도의 지질 주기가 대략 500년 가까이 되는데 지금 새로운 주기의 시작으로 여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선 중종 시절에 강한 지질이 영남에서 다발하였다고 한다. 또한 다른 페친의 설명을 보니 고려조에서 영남에서 강한 지진이 다발한 기록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사는 땅도 지진에서 안전한 지대가 아님을 알게 된다. 인간의 과학과 공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에는 속수무책이다. 지진에 대비하지 못한 잘못을 따져서 남에게 책임을 묻는 일보다는 지금 당장 우리가 해 나가야 할 일이 무엇인가 고민하면 좋겠다.

현 정부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원자력 발전소의 취약점을 거론하면서 당장 원전을 폐쇄하라는 주장을 한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의 피해를 걱정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당장 폐쇄는 정당한 주장이 아닐 것이다.

원전의 안전을 다시 한 번 점검하여 지진의 강도 어느 정도까지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추가적인 대책을 면밀히 강구하면 될 일이다. 그런 검토 이후에 폐쇄하는 것만이 대책이란 결론이 나오면 그렇게 하면 될 일이다. 기술적인 검토의 결과를 가지고 해야지 정치적이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할 일이 아니다.

지진의 여파로 치루려던 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되었다. 이런 천재지변에 다른 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지진으로 인한 연기 사태를 통하여 우리 대학입시 정책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전기가 되길 바란다.

대학입시를 언제까지 국가가 통제하고 관리를 해야 하는지? 이런 방식의 종말을 이번 지진이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일제가 강점한 이후 백여 년간이나 유지된 큰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교육부가 대학입시에 관련한 세부 방침을 마련하고 국내의 모든 대학이 일률적으로 따를 것을 강요

한다. 대학이라는 기관은 스스로 판단하고 자기 조직에 가장 좋은 입시 방안을 마련할 충분한 능력이 있으니 각 대학마다 자기들에게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권한을 주어야 한다. 각 대학의 행정에 의혹이 드는 사안에 대하여 감사 정도만 하면 될 일이다.

수학능력 시험이 1년이 한 번 볼 것이 아니라 적어도 분기에 한 번 정도 보는 수학능력 검정 시험 정도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SAT와 같은 방식을 도입하면 될 것이다. 각 대학은 자기 대학에 맞는 인재를 알아서 선발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여 좋은 인재를 선발하여 적절한 교육을 실시하는 대학은 지속적인 발전을 할 것이고 이런 경쟁에도 도태되는 대학은 스스로 소멸하게 될 것이다.

지금 기술의 발전 속도로 유추하게 되면 기존 형태의 대학은 거의 전부 문을 닫을 날이 생각보다 빨리 올 것이다. 우리는 느끼지 못하지만 대학이 지식을 전달하는 창구를 하는 역할은 이미 다른 것에게 뺏기는 중이다. 급격한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대학만이 다음 세대에도 살아남을 것이다. 지금 교육부가 대학에 관련하여 하는 거의 모든 일은 자연의 변화에 맞서서 인위적으로 생명을 연장하려는 무모한 짓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