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묘가 나란히 있어 ‘쌍릉’으로 불리는 익산 쌍릉(사적 제97호)에서 전형적인 백제 사비기 굴식돌방무덤과 인골을 담은 나무상자가 발견돼, 왕릉급 무덤으로 실체를 드러냈다.

문화재청(청장 김종진)과 익산시(시장 정헌율)는 ‘백제왕도 핵심유적 보존·관리사업’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대왕릉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는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소장 최완규)에서 수행하고 있다.

쌍릉(대왕릉, 소왕릉) 중 대왕릉은 입구가 중앙에 있으며, 단면육각형의 현실(玄室)로 축조된 전형적인 백제 사비기의 굴식돌방무덤(횡혈식 석실분)으로 확인됐다.

대형의 화강석을 정연하게 다듬은 돌을 이용 축조했는데, 현실의 규모(길이 378cm, 너비 176cm, 높이 225cm)는 부여 능산리 왕릉군 중 가장 규모가 크다고 알려진 동하총의 현실(길이 327cm, 너비 152cm, 높이 195cm)보다도 더 크다.

특히 현재까지 조사된 사비기 백제의 왕릉급 무덤으로는 처음으로 판축(版築) 기법을 사용, 봉분을 조성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익산시와 문화재청은 앞으로 대왕릉의 세부적인 판축 양상과 봉분의 공간 활용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백제 사비기 왕릉급 무덤의 조성 과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현실 내부 중앙에 있는 화강암 재질의 관대(棺臺) 맨 위쪽에서 인골이 담긴 나무상자가 발견됐다.

현재 이 인골은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항온항습실로 옮겨 보관하고 있는데, 과학적 조사를 위한 학제간 융합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최종 분석결과가 나오면 피장자에 대한 더 구체적인 정보를 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굴조사단(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은 대왕릉 발굴조사 성과를 오는 3일 오후 2시 발굴현장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익산시 관계자는 “추가 발굴조사와 석재, 인골 등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쌍릉의 성격을 규명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백제왕도 핵심유적 보존관리 사업을 통해 백제 왕도의 역사성을 회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홍진기 기자 hjgg200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