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지역 각종 선거에 나선 고위 관료 출신 후보들이 잇따라 패배하면서 일종의 징크스로 고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두고 다양한 원인과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총선과 시장 선거에 출마한 고위 관료 출신 후보들이 토착 정치인들에게 밀리면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고 있다.

실제 이번 시장 선거에서는 전북도 행정부지사 출신의 정헌율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지만, 새정치민주연합 경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 전 부지사는 화려한 스펙과 풍부한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선전했지만, 이한수 전 시장의 막강 조직력 앞에 무릅을 꿇고 말았다.

이와 함께 총선에 출마했던 김진관 전 지검장과 박기덕 전 세종연구소장, 시장 선거를 노크한 안세경 전 전주시 부시장 등도 공천장을 받지 못했다.

또한 행정 관료 출신의 채규정 전 시장은 현직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열린우리당 경선에서 이한수 후보에게 밀려, 지역을 떠나야만 했다.

이렇듯 공직 생활 내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관료 출신 인사들이 선거에서 맥을 못추는 가장 큰 원인은 지역 정서와의 괴리를 꼽을 수 있다.

이들 인사는 사법·행정고시 등을 통해 출세가도를 달려 왔지만, 지역에서는 거의 활동이 없던 ‘무늬만 익산 사람’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관료 출신 인사들은 지역 실정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스펙과 경력만을 내세운 선거 전략을 구사하면서, 자멸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입지자 들은 수십 년 만에 낙향하다 보니 지역 기반이 취약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정치 브로커들과 손잡으면서 이미지에 상처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관료 생활에서 비롯된 오랜 습성을 벗어던지지 못한 채 캠프 구성원 등과 소통하지 못하고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선거 패배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선거 캠프 출신 모 정치권 인사는 “선거에 나선 후보는 낮은 자세로 임하는 것이 기본인데, 관료 출신들은 이게 잘 안된다”며 “자신이 우월하다는 자만감 속에 참모 의견을 경청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지역 정가는 최근 선거에서 토박이 정치인인 한병도 전 의원과 이한수 전 시장, 이춘석·전정희 의원, 박경철 시장이 잇따라 당선됐다며, 이는 선거 추세가 토박이 일꾼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토박이 정치인이 잡초라면, 고위 관료는 온실 속의 화초”라며 “비정하고 음모가 난무하는 선거판에서 관료 출신이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익산중앙뉴스=문성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