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서 종교와 정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금기가 되었다. 친한 사이에도 정치적인 주제나 종교적인 내용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는 체험을 다시 한 번 하였다. 어제 친구 몇이 만나서 정치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의외의 거부반응을 보인다. 서로 다른 생각을 표출하는 것 자체가 너무 피곤한 일이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꺼리는 눈치이다.

조만간 대선을 치루게 되니 이번 대선에서는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가 주제가 되었다. 나는 아직 지지하는 사람을 정하지 않았으니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지만 다른 친구들은 아주 강경한 입장을 보여서 놀라게 된다. 각자 주관이 아주 뚜렷하다. 그리고 자기 주장을 양보하거나 굽히는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러니 이 부분의 이야기는 하자 말자고 한다. 40년 지기 친구들이 만나서 담소를 나누고 그렇게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한 순간에 얼어붙는다.

각자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가질 수 있고 생각을 나눌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내 것만 맞고 네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는 곤란하다. 나의 신념과 관련한 일이고 객관적으로 내 주장을 증명할 방법도 없으니 서로를 납득시키기도 지극히 곤란한 일이다. 그러니 아예 이런 부분으로 대화가 넘어가지 말자고 다짐하게 된다.

다른 생각을 쉽게 용납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실이 너무 크다. 요즘 용어로 감정비용 이라고 설명하는데 지극히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이런 부분에서는 융통성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내 생각이 맞을 확률은 적고 내가 불완전 하니 항상 실수할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고 편하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