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정당공천 필요한가?
도지사, 시장, 도의원, 시의원들이 꼭 정당에 소속이 되어야 하는가?

우리는 그동안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을 허용한 것에 많은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곳곳에서 우려가 현실로 또 다시 확인되었다. 그 한 예가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은 없고 각 정당의 유력 인사와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줄서기로 헛 구호만 난무한것 같아 안타깝다.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을 하는 부작용을 최근의 경우를 사례로 살펴보면 첫째 지역 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 지역 주민의 이익을 우선으로 두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리당략 또는 단체장과 동일한 정당이면 무조건 찬성하고 아니면 반대를 일삼는 등 정책 결정의 허점이 발생하고 있다.

둘째 시의회가 개원되어 주민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안건들이 논의되는데 정작 주민의 대표인 기초의원들은 정당의 유력인사가 참여하는 행사에 대거 몰려가 시의회는 텅 비는 웃지 못 할 광경이 적지않게 발생하고 있고 이에 주민들은 분통이 터질뿐이다.

셋째 지역 국회의원 후원금의 상당한 부분이 같은 당의 기초의원들의 역할이 큰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이후 공천을 받기 위한 보험료와 다름없을 것이다. 이는 결국 선거때 공천과 연결 되어 공천비리로 불법 선거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

지방자치는 지역의 문제를 주민이 직접 뽑은 대표가 지역주민의 이익을 진정으로 대변할 때 정착되고 완성된다. 지역 정책을 논하는데 무슨 정당이 필요한가? 정당이 다르기 때문에 정책은 좋지만 반대하는 식의 정당중심의 정책 결정이 지역 주민생활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주는지 정치권은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몇년 전인가 함평 나비축제에 다녀왔다. 함평은 인구가 적은 시골, 그야말로 특별할게 없는 군이다. 지역적으로도 여건이 좋은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도 나비 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있다. 나비라는 브랜드를 상품화하기도 하고, 각종 소품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그런 것도 부러운 일이지만 그때의 군수가 한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그곳은 호남 쪽이라서 민주당 텃밭인데 본인은 무소속으로 있다고 한다.

일을 하다보면 어느 쪽의 정당에 소속되는 것이 여러가지 불리한 점이 많아 아예 무소속으로 있다는 것이다. 장기간 군수직을 수행할 만큼 투표권자인 군민들의 신임이 두터웠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어느 쪽에 공천을 받지 않아도 군민이 선택해 주리라는 확신이 있기에 그럴 수 있었으리라.  

지방단체장과 시의원과의 마찰로 시행정이 마비되고 파행되는 불상사를 자주 보아왔다. 대부분 서로 정당이 다를 때 기 싸움이나 주도권 싸움이다. 시민의 민생을 위해 그처럼 피 터지게 싸운다면 얼마나 황송할 일인가. 익산만 해도 그렇다. 야권 시장에 여권, 야권 국회의원이 있어 발전이 안 된다는 식의 루머가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하고, 또 그런가 하는 사람도 있다.

왜 이런 오해를 받아야하는가. 문어발식의 정당정치가 문제다. 국회의원은 정당이 필요하다. 그 외에 도지사나, 시장이나, 시의원들은 굳이 정당이 필요한 것은 아닐 것 같다. 그들은, 뽑아준 시민과 주민들을 위해 일해야 하는데, 자기를 공천해 줄 정당의 눈치만 보느라 정작 본연의 일은 뒷전이다.

정치에 입문하고 싶은 어떤 분은 이쪽저쪽 당에 아부하느라 허리가 굽은 사람도 있다. 몇 년 전에도 이런 문제를 제기한 의식 있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힘 있는 분들의 입김으로 흐지부지된 것 같다. 그 나라의 정치는 그 국민의 의식수준만큼 발전한다고 한다. 이제는 우리 국민도 예전보다는 조금 더 깨어있다고 보면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시민이 뽑은 시장은 시민의 눈치만보고 시민만을 위해 일하게 해야 한다.

시의원도 그렇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나 몰라라 하고, 정당에서 원하는 것을 쫓다보면, 본인도 갈등할 것이고 주민들의 불만도 많아진다. 때로는 시의원이 필요한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시민의 세금만 축내고 인사 받는데 만 열심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당에 눈치 보지 않고 주민들에 의해 선택된다면 오로지 그 지역의 주민들을 위해 일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지방자치제도가 제자리에 뿌리를 내리려면 독립성과, 특수성과, 자주성을 인정해 주어야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치적인 독립이 필요하다. 정당은 하부 조직을 쥐고 있어야만 힘을 가지기에 절대 내 놓으려 하지는 않겠지만, 그건 나라를 건전하게 이끄는 수단은 아닌 것 같다. 올바른 정치인이라면 국민을 위한 정치가 어떠해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일이다.

도지사, 시장, 군수, 시의원들이 꼭 정당에 소속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 볼일이다. 정당에 이권보다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위해 단체장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줄 의향은 없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