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익산 왕궁리 유적(사적 제408호)에서 백제 왕궁 부엌터가 최초 확인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일 익산시와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왕궁리 유적 서남쪽 일대에서 진행한 제26차 발굴조사에서 백제 사비기 왕궁 부엌터로 추정되는 동서 6.8m, 남북 11.3m 규모의 건물터를 발견했다.

건물지 내 타원형 구덩이에서는 철제솥 2점과 함께 어깨가 넓은 항아리 2점, 목이 짧고 아가리가 곧은 항아리 1점, 목이 짧은 병 2점 등 토기 5점과 숫돌 3점이 발견됐다.

바로 옆 바깥에서는 철제솥 1점이 별도로 놓여 있었다. 또한 불탄 흙과 검붉게 변한 벽체, 다량의 숯이 바닥면에 깔려 있는 지점 두 곳도 확인됐다.

철제솥은 원형 돌기가 달린 바닥에 어깨에는 넓은 턱이 있고 아가리는 안쪽으로 살짝 휘어져 있다.
 
이는 익산 미륵사지, 부여 부소산성, 광양 마로산성 등에서 출토된 통일신라 이후 철제솥과 유사해, 고대 백제계 철제솥의 변화양상을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특히 철제솥은 백제 유적에서 처음 발견되는 것으로, 삼국 시대 한반도 전역에서 철제 조리 기구를 사용했음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서쪽 궁장을 따라 길이 29.6m, 너비 4.5m인 남북으로 긴 형태의 건물터 등 다양한 규모의 건물들도 확인됐다.

이와 유사한 구조와 배치 양상은 일본 나니와노미야(難波宮, 난파궁), 아스카노미야(飛鳥宮, 비조궁) 등에서 나타나고 있어, 백제 궁성 축조형식이 일본에 전파되었음을 밝힐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와 함께 남·북 쪽만 돌로 쌓고 동·서 방향은 돌로 쌓지 않은 길이 8m, 너비·높이 84∼90cm의 석축시설이 확인됐다. 이는 화장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왕궁리 유적에서는 그동안 궁장(궁궐을 둘러싼 담장), 대형 전각, 각종 전각터, 공방터 등이 확인됐으며, 인장 기와, 연화문 수막새 등 중요 유물 1만여 점이 출토됐다.

박경철 시장은 “그간의 발굴조사 성과를 토대로 유적의 체계적인 보존 정비에 나서겠다”며 “유네스코 세계유산 익산 왕궁리 유적의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익산중앙뉴스=문성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