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소란스럽던 하루가 조용히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시간입니다. 또한 하루를 차분히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하룻동안 기분이 상했던 일이나 잘못 되었던 일을 생각합니다. 하루의 아쉬움과 미련도 어쩔 수 없이 떨쳐버려야 합니다. 이렇게 하루 해가 다할 때면  뭔가 놓쳐버리고 잃어버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못한 것이 사람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나직히 속삭이는 자신의 소리에 귀를 기우려 봅니다. 비록 하루가 초라하고 고달픈 것이었다고 해도 이 순간만은 그래도 행복한 순간입니다. 공허한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새롭게도 탄생시켜 주는 이 시간이 있어 그런대로 한 세상을 큰 과오없이 살아낼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하룻동안의 고통스러웠던 일이나  몹시 괴로웠던 일 때문에 잠 못드는 밤이 있습니다. 그러나 왔다가 가는 짧은 인생여정이기에 눈물과 한숨만을 생각하며 살 수 만은 없습니다. 당치도 않는 기대나 오해 때문에  긴밤을 뜬 눈으로 지새는 일은 지혜롭지 못한 일입니다.

 인생에 있어서 슬픔이나 기쁨,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현실의 노예가 되어서 살아야 된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보다는 내일을 그리고 훗날을 동경하며 살아야 하리라 봅니다.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가 더욱 중요합니다.

지난 날에 지나치게 집착해서는 새로운 삶을 살 수가 없습니다. 먼 훗날을 위하여 끝없는 반성과 노력을 기우리며 살아야 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아직도 삶의 광야에 서면 끝없는 들판만이 펼쳐져 있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내일이 길게 뻗어 있습니다.

나이를 먹는다 하여 그 내일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힘도 생기고 희망도 있고 삶의 즐거움도 있는 것이 겠지요. 오늘이 영원으로 이어지는 그 시작임을 생각하며 밤 어둠에 기대 섭니다. 밤과 어둠이 모두 참 좋습니다.